'백봉 신사상' 설문지를 받고

우리는 과연 지식인이고, 신사인가? 김병건 기자l승인2015.11.12l수정2015.11.1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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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저널=국회] '백봉 신사상'이란 상이 있습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제헌의원을 지낸 '백봉 라용균'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국회의원 가운데 교양과 지성・정직성과 언행일치・모범적 사생활・공정하고 합리적인 처신・의정활동 등을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따라서 '백봉 신사상'을 수상한 의원들은 남다른 자부심을 갖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의원들은 가장 수상하고 싶은 상이라고 까지 말합니다.

보통 신사하면 영국 신사를 생각합니다. 우산을 들고 모자를 쓰면서 검은색 버버리 코트를 입고 다니는 것은 영국의 날씨 때문이고, 버버리 코트 또한 좋은 옷은 아니지요.

비가 오면 손수 우산을 써야하는 계층 즉 하인이나 비서가 없는 높은 계급 집단은 아닙니다. 하지만 건물 앞에서 아이를 동반하는 여인에게 먼저 문을 열어주는 것이 보통 신사의 매너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의 엄마들은 그런 사람을 보면 우리처럼 '반 1등 되거라 부자 되거라'가 아니라 '저런 사람처럼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 되거라'고 가르친다고 합니다.

우리가 광고에서 고급 승용차 또는 고급 옷을 가르켜 '영국 신사의 멋' 이라는 광고는 사실상 거짓말입니다. 옷이나 차 같은 것이 아니라 그의 행동이 신사의 척도 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제17회 백봉 신사상 설문지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2015년 사회와 국민에 대한 헌신적인 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준 의원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막막하다 못해 답답한 마음에 창문너머 먼 하늘을 응시하며 지난 한해를 복기 해봅니다.

신사란 근사한 복장만 하는 사람은 아닐 껍니다. 제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신사는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고 사실과 객관성을 갖고 불의에 저항하고 사회 보편적 가치를 충실하게 따르는 지식인이고 행동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식인이라고 해서 대단한 학벌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끝없이 회의하고 사유하는 사람을 이야기 합니다.

그럼 우리 기자들은 과연 신사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십거리를 따라 다닌 것은 아닌지? 친하다고 해서 특정 정치인의 비위를 그냥 눈 감고 넘어 간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이 먼저 드는군요.

신영복 선생님은 ‘흔들리는 지남철’이란 글에서 ‘끝없이 흔들리면서 북쪽방향을 지향하는 지남철이 진정한 지남철’이라고 말하셨습니다. 하여 저에게 오늘은 질문을 합니다. 나는 끝없이 흔들리며 사실과 객관성에 집중했는가? 의회주의를 망각하는 정치인에게 비판을 했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부끄러운 이름을 지워버린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다시 읽어보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기자들에게 지식인이란 과분한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무릇 지식인이란 지행합일이 중요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신사의 품격을 우리 스스로 지키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 보게 되는 설문지였습니다.

이제 “3선 이상 현역 중진 의원”의 질문란에 저는 몇 달전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싶었고 그것이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말씀하신 분의 이름을 적어 봅니다.

설문지를 끝내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나는 그들을 평가할 만큼의 사람이었나?” 아마도 이것은 제가 국회에 있는 동안 스스로에게 끝없이 하게 될 질문인 것 같습니다.

 

김병건 기자  bestpau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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